나의 R(재구상)은 ‘새것을 발명’하기보다 ‘이미 있는 것을 다르게 보이게 하는 일’입니다. 관찰과 리서치로 익숙한 대상의 빈틈과 잠재 의미를 포착하고, 관점을 뒤집어 서사를 부여한 뒤 시각 시스템과 경험으로 번역합니다. 떼창극장에서는 기존 싱어롱 상영을 재설계해 “관람”을 “참여”의 규칙으로 바꾸었고, 달그림자에서는 한국 신화를 인물의 동기와 윤리로 재해석해 동시대 시각 언어를 구축했습니다. 저는 원형에 대한 존중과 사용자의 공감을 원칙으로 삼아, 익숙함을 낯설게, 낯섦을 이해되게 만듭니다

솔직히, 시각디자인은 오래도록 나에게 미운 감정에 가까웠습니다. 잘하고 싶어 대상을 붙잡고 씨름했지만 번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남과 나를 비교하는 마음만 쌓였습니다. 하지만 시선을 비틀어 보고, 거기에 뜻을 붙여 손으로 형태를 세우는 시간이 겹치면서 비로소 내가 해야 할 일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잘해야 한다’는 압박보다, 보이는 것을 다르게 보여 줄 때 생기는 기쁨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